마이스토리 학교편 07 <발표수업>
매일 한자, 쉐도잉, 문법, 대화연습이 진행되는 수업패턴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신 치바선생님이 수업 중에 과제를 내주셨습니다! “내일은 이번에 배운 수동태 문법을 활용하는 문장을 써서 자신의 나라에 유명한 건물이나 조각 등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모두 발표를 준비해주세요!” 아레레레?? 갑작스럽게 신선한 과제를 부여받았습니다. 당장 다음날 아침에 발표하는 내용을 준비하는 거였지만 사실 크게 준비할 건 많지 않았어요. 교과서의 각 과의 마지막에는 아래 보이는 것처럼 복습용 질문이 있는데 바로 이 질문이 발표하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한국에는 유네스코에 등록된 문화재도 많고 명소도 많은데 뭐가 좋을까. 저는 아직까지 경주와는 연인이 없어서 수학여행으로도 가본 적이 없는터라 경주쪽은 패스. 이왕이면 잘 모르는 것보단 잘 알고 있으면서 재미있는 내용으로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랬더니 바로 한가지가 떠올랐습니다!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동상!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딱히 오래되지도 않았지만 이순신동상 다음으로 어느새인가 광화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자리잡았자나요? 게다가 한글을 만든 장본인이시니 같은 반 친구들에게 소개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각자 발표할 내용이 정해지면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선생님이 직접 사진을 준비해 오신다고 하셨어요! 기본적인 내용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누가 세웠는지, 왜 세워졌는지를 중심으로 내용을 준비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기본적인 사항부터 시작해서 혹시 질문이 있을지도 몰라서 저도 궁금했던 내용들을 브레인스토밍해가며 일단 조사에 돌입했습니다. 조사한 흔적들이 보이네요.
사진도 찾아보고 지폐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한국돈은 전혀 갖고 있지 않는데 어쩌지. 그런데 재밌게도 한국에서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홍콩 친구가 만원권을 가지고 있어서 발표 시간에 빌리게 되었습니다. 정작 한국인인 제가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돈을 빌렸네요.처음으로 일본어로 하는 발표인데다가, 외국인 친구들 앞에서 하는 내용이니 이왕이면 잘하고 싶잖아요? 하필 시험준비랑 아르바이트까지 겹쳐서 시간이 부족했지만 늦은 시간까지 A4한장 채워가며 준비를 했습니다.
발표 당일 오전수업의 두번째 시간부터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따로 순서는 정하지 않았지만 1번으로 하겠다고 번쩍 손을 들었습니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이왕 할거면 제대로, 인상깊게 하자가 저의 모토거든요. 준비한 내용을 잘 외웠는지 걱정은 됐지만 무작정 앞으로 나섰습니다. 대본은 처음부터 한글로 썼습니다. 아래는 아이패드에 쓴 제 대본을 캡쳐한거에요. 한글로 쓰고 일본어로 말하는 연습으로 준비했었습니다. 굳이 일본어로 처음부터 쓰지 않았어요. 일종의 연습이라고 할까요. 글자가 보이면 읽으면서 그 글자 안에 갇혀버리거든요. 저 내용을 외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앞에 서서 시작하니 의외로 떨렸답니다. 지금 말하면서 다음 내용이 뭐였더라 싶더라고요ㅋㅋㅋ 결국 무난하게 끝내긴 했지만 개인적인 만족도는 70프로. 친구들은 잘했다고 말해줬지만 왠지 계획했던 걸 다 하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선생님이 준비해주신 사진 말고 따로 준비한 것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사진 옆에 키워드를 적고 시작하는 방식이어서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긴 했지만요. 다행이 질문에도 잘 대답했고요.
아래는 저의 다음 순서인 친구의 발표 직전 준비모습입니다. 정작 제 사진이 없네요. 수업 중이라서 찍기 어려웠던 점 양해해주시길.
발표는 클래스 16명 전원이 했습니다. 한국, 홍콩, 미국, 대만, 중국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니 갑자기 여행가고 싶더라고요. 발표했던 내용은 선생님이 준비해주셨던 사진과 함께 정리해서 제출한 사람들 순서대로 교실 안에 게시되었습니다. 일본어로 발표라니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정말 연습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나라에 대해 여행책으로 보는 것보다 더 새로운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좋았고요. 앞으로도 이런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