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전반적인 생활은 생각보다 꽤 힘들고 지쳤던 것 같다. 거의 2주간의 비와 태풍이 몰아쳐서 해가 뜨지 않는 우울한 날씨를 겨우 견뎌냈더니 살인적인 더위가 찾아왔다. 비가 오는 동안에는 습하고 찌푸린 날씨 때문에 기분까지 덩달아 가라앉는 느낌이라 하루하루 버티는 게 참 쉽지 않았다. 그런데 장마가 끝나고 나면 좀 나아질까 기대했던 것과 달리,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온 폭염은 정말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한국의 더위와 비교해보자면 한국은 온도 자체가 높아서 그냥 쨍하게 더운 느낌이지만 일본은 온도도 높고 너무 심각하게 습해서 조금만 걸어다녀도 땀이 주륵주륵 흘렀다. 밖에 나간 지 불과 5분도 되지 않아서 옷이 축축하게 젖을 정도였고, 공기 자체가 묵직하고 끈적해서 숨을 쉬는 것조차 답답하게 느껴졌다.
습도가 너무 높아 힘든 것과 더불어 태양빛 자체도 한국보다 뜨겁고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타지 않았는데 일본은 선크림을 발라도 피부가 탈 정도의 햇빛이다. 잠깐 편의점에 다녀오는 길에도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라 일본의 여름 햇살이 얼마나 독한지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반복되는 살인적인 더위로 인해 2학기에는 반 친구들이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다. 그게 무척이나 표가 났던 것은 1학기에 비해 출석률이 떨어지고 수업 시간 중 조는 친구들이 많아진 모습이였다. 다들 등교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진이 다 빠져서 교실에 앉아있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MCA어학교에서 일본어 공부를 위한 열정이나 노력도 좋지만 아무래도 일본 여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체력 관리와 컨디션 관리가 정말 정말 중요한 듯 싶다. MCA어학교에서 꾸준히 공부를 이어나가고 수업에 지치지 않고 참여하기 위해서라도 건강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치지 않게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생각보다 큰 과제라는 걸 깨달았다.

초급1에서의 레벨 테스트를 무사히 마치고 MCA어학교초급2로 올라오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아무래도 역시나 공부 수준의 차이였다. 초급1에서는 간단하고 기본적인 사실들을 공부했었고 수업에 빠지더라도 혼자 공부하는 것을 통해 학습의 간격을 메울 수 있었다. 혼자 교재를 보고 단어를 외우면 어느 정도 진도를 따라가는 데에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MCA어학교 초급2에서는 배움의 난이도가 확 올라가 한번 빠지게 되면 수업의 진도를 따라잡기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법 구조도 훨씬 복잡해지고 매일 배워야 하는 한자나 단어의 양도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번 학기와의 공부 내용과 이어짐으로 학기가 끝나고 방학 때 미리 한번 더 복습해두면 좋을 것 같다.
방학 동안 기본기를 단단하게 다져놓지 않으면 다음 학기에는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도 살짝 들었다. 처음 유학을 준비할 때 이찌방유학을 통해 상담을 받고 어학교를 결정했던 과정이 떠올랐는데, 그때 이찌방유학에서 체계적으로 준비를 도와준 덕분에 이렇게 MCA어학교에 와서 차근차근 단계별로 적응해 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유학 원서 접수부터 수속까지 이찌방유학에서 꼼꼼하게 챙겨주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여름하면 바로 생각나는 여름 일본의 꽃 마츠리에 다녀왔다. 마츠리는 7월에 정말 많이 열렸는데 하나비와 같이 불꽃놀이를 하는 정말 큰 마츠리도 있었지만 동네 신사나 절과 같은 곳에서 전통 춤과 야장을 선보이는 마츠리 또한 존재했다. 커다란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 대규모 축제도 장관이었지만, 골목길 신사에서 지역 주민들이 다 함께 모여 소소하게 즐기는 작은 마츠리도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처음 마츠리를 방문했을 때는 마치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알록달록한 등불 아래에서 사람들이 유카타를 입고 다니는 모습이나 정겨운 축제 음악이 흐르는 풍경이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야장들의 음식이 퀄리티가 정말 높아서 이자카야에서 먹는 것과 차이 없는 맛이었다. 갓 구워낸 야키토리나 야키소바의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너무 덥고 습한 날씨에 카키코리를 먹어주니 더위가 싹 내려가는 경험이 너무 신기했다. 달콤한 시럽이 올라간 시원한 얼음을 입에 넣는 순간 머리끝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일본에 와서 느낀 건 문법을 공부하고 한자 단어를 외운다고 해서 일본어 회화 실력은 절대 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론적인 걸 아무리 공부해도 실전 회화에서는 생각보다 대화가 어려웠다. 머릿속에서는 문장이 떠오르는데 막상 입 밖으로 내뱉으려 하면 단어가 꼬이고 망설여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일본에 어느정도 적응을 마친 후 예쁜 카페나 가게 또는 공원에 가서 그냥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보이면 말을 걸었고 그렇게 일본인 친구들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틀릴까 봐 심장이 쿵쾅거리고 엄청 긴장했지만, 용기를 내어 한두 마디 던지다 보니 상대방도 반갑게 응대해 주었다.
친구들을 만든 후 일주일에 한번씩은 일본인 친구들과 만나 대화를 했고 그 과정에서 이론적인 문장이 아닌 실제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문장이나 단어들을 습득했고 확실히 나도 계속 일본어로 문장을 만들려고 노력하다보니 일본어 회화 실력이 늘었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자연스러운 추임새나 표현들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했다. 언어 학습에서 무조건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냥 그 환경에 뛰어들어 서투르더라도 그냥 말을 내뱉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게 말하려 하기보다 틀리더라도 소통하려는 태도가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었다. 유학 전 이찌방유학에서 현지 생활에 대해 들었던 조언들이 많이 생각났고, 이찌방유학의 도움으로 현지에 잘 정착한 덕분에 이런 귀중한 경험들을 직접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일본에 와서 현재까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꼽아보면 그냥 내가 좋아하는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걸 먹으면서 도란도란 대화하는 시간이 참 행복했던 것 같다. 소소하지만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웃을 수 있는 그 순간들이 유학 생활의 가장 큰 에너지가 되어주고 있다.
한국에서 이찌방유학을 통해 수속을 준비할 때만 해도 걱정이 많았는데, 이찌방유학 덕분에 무사히 출국해서 이렇게 좋은 친구들도 만나고 현지 생활에 잘 녹아들 수 있었다. 앞으로도 더위 때문에 조금 지치더라도 체력 관리 잘하면서 알찬 유학 생활을 보내고 싶다.




